지역주택조합과 도시개발 사업
전국 각지에 수많은 지역주택조합과 도시개발 사업들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흔히들 묻습니다.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재건축조합 리스크가 큰가요? 딱지 사서 들어가면 안 될까요?
쉽게 달리는 예상 답변:
- 한 10년 이상 기다린다고 생각하세요. 언제 될지 모르는 것이 재개발, 재건축, 지주택 입니다
- 초등학생 학부모가 나중에 손자 재롱 보면서 박수치고 있을 때나 되어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 믿거 (믿고 거릅니다)
- 3.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노후연금 들여놨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그 마저도 날릴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적은 돈으로 몇 억대의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라고 광고를 하는데 왜 사람들이 주저하거나 말릴까요?
이미 많은 분들이 경험했기 때문이겠죠?
오래되어 손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닌 집이 드디어 재개발이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집을 팔지도 못하고 새로 짓지도 못하고
그냥 그 오래된 집에서 어떻게든 버텨보지만, 1년 2년, 5년, 10년.20년. 이젠 허리를 피고 다니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니 드디어 재건축한다고 이주 보상비 준다는데, 그 돈으로는 근처의 빌라도 전세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 결국 빨간색 머리띠 둘러매고 조합사무실로 향합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그런데 말입니다(궁서체)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참고로 가락시영아파트 (현. 송파 헬리오시티)가 재건축 추진을 시작하고 최종 완공되기 까지가 20년 걸렸네요. 제가 현대건설 입사해서 처음으로 투입되어서 했던 일이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 업무였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잠실주공5단지도 재건축조합 인가를 받은 지 20년이 넘어가는데도 진행하지 못하고 몇일 전 수권소위에서 정비계획안 심의 반려로 또 다시 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원인은 명확합니다. 욕심과 불신
재건축, 지주택 조합장 한 번 하면 몇 십억은 그냥 뒤로 챙긴다고 하던데?
조합장이 건설사랑 붙어서 우리 재산 꿀꺽 할려고 하는 거 아니야?
대의원들 중에 누구누구는 시행사랑 건설사랑 편먹고 선동하는데 이거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돼? 임총 열어서 해임해야돼!!!
어느 현장을 막론하고 실제로 흔하게 벌어지는 풍경들입니다.
지금부터는 실제로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가지고 왜 지주택, 재건축조합이 이렇게 어렵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워낙 먹을 것이 많은 곳이라, 수많은 건설사, 은행, 증권, 투자사들이 컨소를 만들어 앞다퉈서 들어옵니다.
경쟁이 치열하면 어떻게 된다? 뒷돈을 받아 챙기는 기회가 늘어난다가 정답입니다.
해당 부지에 땅 3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투자 컨소의 앞잡이로 들어와서 대의원을 하면서 이간질을 합니다.
그리고 조합장이 밀어주고 있는 건설사와 시행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고소를 합니다. (물론 당연히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 그게 더 신기합니다.)
조합장이 구속되고 해당 시행사는 조합에 의해 쫒겨 납니다. 그럼 그 앞잡이를 집어넣은 투자사는 다른 조합원들을 포섭해서 다른 조합원의 위임장을 한 명당 수 백만원에 삽니다.
총회 한 번 할 때마다 멀고 바빠서 잘 못 가는데, 위임장 써주는 대가로 몇 백 만원 씩 주니까 조합원들은 아싸~ 하면서 그렇게 위임장을 막 써줍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조합장과 조합이 꾸려지고, 시행사도 바뀝니다.
이제는 또 다른 경쟁 시행사에 포섭된 조합원들이 그렇게 돈으로 만들어진 위임장에 문제가 있다고 또 임시총회를 엽니다.
그러면서 이제 서로 맞고소를 시전합니다. 그런데 이때, 처음에 쫓겨난 시행사가 조합과 맺은 계약서를 가지고 개발 시행권리가 자기에게 여전히 있다고 새로 꾸려진 조합을 상대로 고소를 합니다.
이렇게 고소 고발이 진행되어 변호사 수임료로 건 당 몇 십 억 씩 나가고, 소송비용은 또 소송비용대로 나가게 되면서 몇 년이 흘러갑니다.
그러다 보니 조합에 돈이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정직하게 조합을 꾸려 나가겠다고 다짐했던 조합 마저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게 됩니다
채비지라고 사업구역 내의 토지를 판매해서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땅이 있습니다. 이 땅을 쪼개서 일부를 시행사가 명의를 만들어 놓은 다른 시행사업자에게 싼 가격에 판매하고 여기에서 백마진으로 조합운영자금을 마련합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최조의 시행사를 상대로 승소할 줄 알았던 조합이 일부 승소만 하고, 일부는 패소를 합니다. 명분이 생겨버린 최초 시행사가 조합을 상대로 공사비 명목이 아닌 조합 운영비를 위해 채비지를 팔았다고 고소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백마진 받아먹은 것이 들통납니다. 또 조합장과 대의원을 다시 뽑습니다.
다시 조합장이 추대됩니다. 이번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오로지 조합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겠노라고 다짐하고 로비도 칼같이 차단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들로 조합원들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송이 난무한 곳에서 위험을 감지한 1군 건설사는 법적 절차가 정리되면 들어오겠다고 한발 물러섭니다. 그럼 2군, 3군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전 과정에서 조합원들 매수하려고 수십억원, 소송비용으로 수십억원, 조합운영비로 수백억원씩 투자했던 시행사입장에서는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죠.
입찰경쟁을 통해 정당하게 들어온 건설사의 시공능력문제를 가지고 또 이간질을 시작합니다. 그럼 조합원들끼리 분란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좀 등급 낮은 건설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조합원들이 또 임시총회를 소집해서 조합장을 흔듭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가고 또 똑같은 일들이 반복이 되면서 10년이 지나갑니다.
또 다른 케이스는 시행사가 거간꾼들을 만들어서 지역주택조합 바람을 일대에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조합을 만들어서 사업신청을 진행하게 만드는데, 여기에서 모집된 조합원들에게 토지를 매입하기 위한 조합비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튀어 버립니다. 그리고 디엔드.
뭐 어떤 케이스는 토지 구매를 진행하는데 사업진행처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조합명의가 아닌 건설사 명의로 토지를 돌려놓고 사업인가를 신청했다가 사업승인에서 탈락. 그 와중에 여기 아파트 개발된다고 주변 땅값이 상승.
건설사는 토지구입비용 증가되었다고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 요구합니다. 조합원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쫓아가고 소리지르고.
그럼 건설사는 토지구입비용을 그대로 고스란히 받은 만큼만 다시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고 토지금액 상승분은 건설사가 그대로 먹고 철수.
(사실은 다른 시행사업자 만들어서 매매진행) 그럼 나가리 되었다고 소문나면서 토지가격 하락. 당연히 지역주택조합은 막심한 손해를 보고 해산.
나가리 되었겠다. 토지가격 더 떨어지기 전에 주변에 서로 팔려고 매물 내놓습니다. 그럼 시행사와 건설사가 그 주변 일대 땅 독식
그리고 직접 건설 시행. 지주택 조합원들 벙찜.
이 모든 상황들이 제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내용들입니다.
얼마 전에 아파트는 다 지어 놨는데, 아파트 진출입 도로가 없는 황당한 이유때문에 사용승인허가가 나지 않는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뉴스가 실렸습니다. 건축법상 도로가 있어야 건축허가가 나오는데, 그 부지 인근이 도시개발사업부지라서 도로가 생길 예정이라는 이유로 인허가를 받은 황당한 케이스입니다,
도시개발은 도시지역: 1만 평방미터이상, 공업지역: 3만평방미터 이상의 부지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도로, 수도, 전기 등의 인프라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에서 개발을 하는 걸로 알고 계시는데, 의외로 민간시행자도 해당 부지의 2/3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조합을 설립해서 도시개발을 할 수가 있습니다. 위 케이스도 이처럼 민간 조합과 시행사간에 엮인 문제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물론 모든 지주택이나 재개발이 저렇게 지저분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말하지만, 절반 이상은 지저분하다고 보시면 그게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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